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입니다.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며 심리적으로는 회사와 거리를 두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특히 90년대생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요즘 젊은 친구들은 끈기가 없다’라고 치부하기엔, 그 이면에 담긴 사회적 맥락과 그들의 속마음은 훨씬 복잡하고 깊습니다. 오늘은 10년 차 에디터의 시선으로, 조용한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90년생들의 진짜 이야기와 그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1.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란 정확히 무엇인가?
조용한 퇴사는 실제로 사직서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직장에서 주어진 의무 이상을 하기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해진 근무 시간 외에는 업무 연락을 받지 않고, 추가 수당이 없는 야근을 거부하며, 내 업무 범위 밖의 일을 맡지 않겠다는 태도를 말합니다.
과거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열정 페이’나 ‘허슬 컬처(Hustle Culture, 쉼 없이 일하는 문화)’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일과 삶의 분리를 명확히 하고, 직장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선언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왜 하필 ‘조용한’ 것일까?

과거의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가 실제로 회사를 떠나는 적극적인 행동이었다면, 조용한 퇴사는 경제적인 이유로 회사를 당장 그만둘 수는 없지만, 정신적인 소모는 막겠다는 타협점입니다. 즉, 생존을 위한 ‘방어 기제’로서 작동하는 것입니다.
2. 90년생들이 마음의 문을 닫은 진짜 이유
기성세대는 묻습니다. “왜 그렇게 계산적으로 일하나요?” 하지만 90년생들에게는 그들만의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워라밸’을 챙기려는 욕심 때문만은 아닙니다.
1) 노력과 보상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사회
가장 큰 원인은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미래’에 대한 좌절감입니다. 과거에는 회사에 충성하고 열심히 일하면 승진도 하고, 내 집 마련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90년생들이 마주한 현실은 다릅니다.
- 치솟은 자산 가격: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힘든 현실.
- 불확실한 고용: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언제든 구조조정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에 ‘올인’하는 것은 더 이상 합리적인 투자가 아닙니다. “열심히 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의 내 시간을 즐기겠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2) 번아웃과 멘탈 관리의 중요성 대두

90년생들은 경쟁이 치열한 입시와 취업 전쟁을 뚫고 들어온 세대입니다. 입사 후에도 이어지는 무한 경쟁 속에서 그들은 심각한 번아웃(Burnout)을 경험합니다.
조용한 퇴사는 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입니다. 회사 업무에 과몰입하다가 건강과 멘탈을 잃는 선배들을 보며, 그들은 ‘적당한 거리두기’가 롱런(Long-run)의 비결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습니다.
3) ‘성장’의 의미 재정의
과거에는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회사가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회사 밖에서의 성장을 도모합니다. 퇴근 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입니다. 회사 일은 ‘월급을 받는 만큼’만 하고, 남은 에너지는 오롯이 ‘나’를 위해 투자합니다.
3. 조용한 퇴사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
이 현상을 두고 직장 내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기성세대의 시선: “이기적이고 책임감 부족”

관리자급이나 임원들은 이러한 태도를 ‘이기주의’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주말에도 나와서 일했어”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기도 하죠. 함께 으쌰으쌰 해서 회사를 키워야 하는데, 딱 자기 할 일만 하고 칼같이 퇴근하는 모습이 정 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90년생의 시선: “합리적인 계약 이행”
반면 90년생들은 이를 ‘공정한 계약 이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 이상의 요구는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묻습니다. “더 일하면 더 주나요? 그게 아니라면 왜 강요하나요?”
4. 조용한 퇴사,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노동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기업과 리더를 위한 조언
-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 ‘열정’을 강요하기 전에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야근 수당, 성과급 등이 투명하게 지급되어야 합니다.
- 업무의 의미 부여: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회사와 개인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
- 소통 방식의 변화: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의 고충을 듣고, 업무 조정을 유연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장인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

- 나만의 기준 세우기: 조용한 퇴사가 무조건적인 업무 태만을 의미해선 안 됩니다.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확실한 성과를 내야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당당할 수 있습니다.
- 커리어 로드맵 점검: 현재의 회사에서 배우거나 얻을 것이 전혀 없다면, 조용한 퇴사를 넘어 실제 이직이나 커리어 전환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 건강한 경계 설정: 업무 시간 외 연락 차단 등의 규칙을 세우되, 이를 동료들에게 정중하게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필요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조용한 퇴사를 하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없나요?
사실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직원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승진이나 연봉 인상보다는 ‘워라밸’과 ‘정신적 평화’를 최우선 순위로 둘 때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Q2. 조용한 퇴사가 게으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게으름은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태만이지만, 조용한 퇴사는 맡은 업무는 완벽히 수행하되 그 이상의 ‘추가적인’ 헌신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즉, 1인분의 몫은 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Q3. 이 현상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나요?
아닙니다. 미국 틱톡(TikTok)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현상입니다. 팬데믹 이후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전 지구적인 트렌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결론: 각자도생이 아닌 공생을 위하여
조용한 퇴사는 어쩌면 90년생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일할 수 없다는, 지속 가능한 노동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외침입니다.
기업은 직원을 소모품이 아닌 파트너로 존중하고, 직원은 프로페셔널한 책임감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조용한 퇴사’라는 단어 대신 ‘건강한 몰입’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직장과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신가요? 한 번쯤 나의 업무 방식과 삶의 태도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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