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갈 무렵, 모든 워킹맘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아이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까?’, ‘내가 과연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저 역시 복직 D-day가 다가올수록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치열한 고민 끝에 복직 대신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저처럼 육아휴직 후 복직과 퇴사 사이에서 갈등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제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퇴사를 결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사후지급금, 실업급여 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선택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복직이냐 퇴사냐, 끝없는 딜레마의 시작
육아휴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저는 당연히 복직을 생각했습니다. 10년 가까이 쌓아온 커리어가 아까웠고, 경제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했습니다.
현실적인 육아 환경의 한계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양가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남편의 퇴근 시간은 불규칙했습니다. 어린이집 종일반을 보낸다고 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 어린이집 하원 도우미 구인난: 믿을 수 있는 이모님을 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 잦은 잔병치레: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감기를 달고 산다는데, 그때마다 연차를 쓸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 심리적 압박: ‘독박 육아’와 ‘회사 업무’를 병행하다가 결국 번아웃이 올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2.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
물론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복직이 정답이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소득이 반토막 난다는 것은 가계에 큰 타격이니까요.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몇 가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아이와의 애착 형성
어느 날, 아이가 저를 보며 방긋 웃는 모습을 보는데 문득 ‘이 예쁜 모습을 평일 낮에는 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첫 뒤집기, 첫 걸음마 등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지금 이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퇴사를 결심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의 행복과 정신 건강

복직을 상상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증상을 겪었습니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집에 가져와 아이에게 풀게 될까 봐 겁이 났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억지로 복직해서 불행한 워킹맘이 되느니, 잠시 쉬어가더라도 심리적으로 안정된 엄마가 되는 길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3. 퇴사 전 반드시 따져봐야 할 현실적 문제들 (Feat. 돈)
감정적인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다 하더라도, 행정적이고 금전적인 부분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육아휴직 급여와 관련된 부분은 퇴사 시점에 따라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①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포기
가장 뼈아픈 부분입니다. 육아휴직 급여의 25%는 복직 후 6개월 이상 근무해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사후지급금’이라고 부르는데요, 복직하지 않고 퇴사할 경우 이 금액은 받을 수 없습니다.
- 계산해 보세요: 만약 육아휴직 기간 동안 받지 못한 25%가 수백만 원에 달한다면, 복직 후 6개월만이라도 버티고 퇴사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 나의 선택: 저는 복직 후 6개월을 버티는 동안 들어갈 베이비시터 비용과 저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비용으로 환산했을 때, 사후지급금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실업급여 수급 가능 여부

원칙적으로 자발적 퇴사는 실업급여 수급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육아로 인한 퇴사’의 경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예외적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육아로 인한 퇴사 실업급여 인정 조건]
1.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어야 함.
2. 육아 문제로 인해 업무 수행이 불가능함을 입증해야 함 (예: 어린이집 이용 불가, 가족 돌봄 불가 등).
3. 사업주가 ‘육아로 인한 퇴사 확인서’를 작성해 주어야 함.
4. 퇴사 후 육아 문제가 해결되어 구직 활동이 가능해진 시점에 신청 가능.
이 부분은 관할 고용센터마다 판단 기준이 까다로울 수 있으므로, 퇴사 전 반드시 고용센터에 문의하고 회사 측과 협의가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회사와의 거리가 멀고 연장 근로가 잦아 육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소명하여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③ 퇴직금 정산
퇴직금은 ‘퇴사일’ 기준으로 직전 3개월의 평균 임금으로 산정됩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퇴직금 산정 기간에 포함되지만, 육아휴직 기간 동안 받은 급여가 아닌 휴직 전 정상 급여를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불이익은 없습니다. 다만, 연차 수당 정산 등 세부적인 내용은 인사팀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4. 퇴사 통보, 어떻게 해야 할까?
복직을 기다려준 회사 동료들과 상사에게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아야 나중에라도 웃으며 볼 수 있겠죠.
- 타이밍: 최소 복직 예정일 1개월 전에는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입니다. 대체 인력을 구할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솔직함: 구구절절 변명하기보다, “아이 양육 문제로 인해 도저히 복직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솔직하고 정중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인수인계: 비록 휴직 중이었지만, 맡았던 업무 파일이나 연락처 등을 정리해서 전달하면 끝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5. 퇴사 후, 달라진 일상과 마인드셋
퇴사 후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해방감’과 동시에 ‘불안감’이었습니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끊겼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기간을 ‘경력 단절’이 아닌 ‘경력 재설계’의 시간으로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
- 아이와의 관계: 아이의 눈을 맞추고 여유롭게 놀아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 건강 회복: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성 두통이 사라졌습니다. 제 몸을 돌볼 시간이 생겼습니다.
- 새로운 가능성 탐색: 블로그를 시작하고, 평소 배우고 싶었던 공부를 조금씩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불안을 다스리는 법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속도’보다 ‘방향’을 점검하는 시기야.” 100세 인생에서 아이와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이 몇 년은 결코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FAQ)
Q. 육아휴직 중 퇴사하면 회사에 불이익이 있나요?
A. 회사 입장에서는 대체 인력 운용이나 정부 지원금 수급 등에서 변동이 생길 수 있어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근로자가 퇴사를 원할 때 회사가 강제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도의적인 차원에서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사후지급금은 무조건 못 받나요?
A. 네, 원칙적으로 복직 후 6개월 이상 근무해야 지급됩니다. 단, 회사의 귀책사유(권고사직, 폐업 등)로 인해 6개월을 채우지 못한 경우에는 받을 수 있습니다. 자발적 퇴사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Q. 퇴사 후 건강보험은 어떻게 되나요?
A.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거나,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야 합니다. 소득과 재산 기준에 따라 지역가입자 보험료가 생각보다 많이 나올 수 있으므로, 퇴사 전 미리 모의 계산을 해보거나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확인하세요.
7. 마치며: 어떤 선택이든 당신을 응원합니다
육아휴직 후 복직이냐 퇴사냐,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가정 형편, 가치관, 아이의 성향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다를 뿐입니다. 복직을 선택한 워킹맘은 그 치열함과 열정으로 존경받아 마땅하고, 퇴사를 선택한 육아맘은 아이를 위한 헌신과 용기로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혹시 지금 ‘복직 대신 퇴사’를 고민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계신가요?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 또 다른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동안 치열하게 일해온 당신, 그리고 앞으로 아이와 함께 성장해갈 당신의 모든 날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댓글 남기기